부산 위아자 나눔장터가 21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사단법인 무궁화복지월드 봉사단 부스에서 기증품을 구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와 싸다. 아저씨 신발 사 가세요. 한 켤레 2000원. 말 잘하면 1000원으로 깎아드립니다.”
17개 기관 50개 부스·어린이장터 지난해보다 100개 늘어난 250개
“기증품 질이 높아졌다” 시민들 호응
21일 오전 10시 부산 송상현 광장에서 개최된 2018년 위아자 나눔 장터는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의 외침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아버지를 따라 올해 처음으로 위아자 행사에 참여한 지원호(12·두실초 5년) 군은 어른 못지않게 물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군은 “물품을 팔고 돈을 손에 쥘 때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며 “나눔 행사여서 더욱 뿌듯해 내년에도 또 참여할 것이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2018년 위아자 나눔 장터 부산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됐다. 개장식에 앞서 ‘엔젤 피스 예술단’이 오전 10시 30분부터 공연을 펼쳐 분위기를 띄웠다. 엔젤 피스는 세계 최대의 민간봉사단체인 국제로터리가 지원하는 부산 최초의 소년·소녀 예술단이다. 전통 춤·악기·합창 공연으로 세계 속 한국과 부산을 알리고, 국제로터리 회원국과의 문화교류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부산 위아자 나눔장터 개인장터 모습. 송봉근 기자
부산 위아자 나눔장터 개인장터 모습. 송봉근 기자
개장식은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주간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이 논설주간은 “위아자 부산 행사는 11년간 해마다 열려 기부금이 2억3600만원이 모였고, 전액 저소득층 아동을 돕는 데 쓰였다”며 “12번째인 올해 행사도 성황리에 개최돼 우리 사회에 나눔과 친환경 문화가 더욱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석준 부산 교육감의 축사가 이어졌다. 오 시장은 “부산시 예산의 40%가 복지로 쓰이고 있지만, 행정의 힘만으로는 복지가 충분치 않다”며 “민간에서 진행하는 위아자 나눔 행사가 부산을 따뜻한 공동체로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 개장식이 끝나자 극단 ‘맥’이 뮤지컬 ‘슈퍼 대디 최고봉’을 선보였다. 출산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아빠 육아 참여’ ‘일·생활 균형’을 주제로 한 창작 가족 뮤지컬이다. 부산의 대표극단인 맥은 1986년부터 설화·민담·민속·무속 등을 소재로 많은 공연을 하고 있다.
부산 위아자 나눔장터가 21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어묵을 사기 위해 삼진어묵 부스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나눔 행사에는 17개 기관에서 50개 부스를 열었다. 특히 부산시 학교 학부모총연합회가 1톤 트럭 10대 분량의 물품을 기증해 눈길을 끌었다. 7개 부스에 옷·장난감·인형·생필품 등 다양한 물품이 매대에 놓여 있었다. 장혜진 부산시 학교학부모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학부모 사이에서 위아자의 인지도가 높아져 물품을 기증받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사은품으로 받은 생필품을 쓰지 않고 갖고 오는 학부모가 많아져 기증품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무궁화봉사단,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 부노예술봉사단이 처음으로 위아자 나눔 장터에 참여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 참가자 하성미(53)씨는 “행복학교가 행복을 연습하는 곳인데 위아자 행사에 참여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했다”며 “내가 기증한 물품이 팔리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활짝 웃었다.
부산 위아자 나눔장터가 21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인제대학교 부스에서 인제대면을 구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13종의 체험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아름다운 가게 부산본부는 나만의 간판 만들기, 바람개비 만들기, 미니 블록으로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로 나눔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여성과 나눔’은 천연염색, 천연보습크림을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부산 경상대는 페이스 페인팅, 동주대는 패션 팔찌를 만들어 판매했다. 부산백병원 의료진은 무료로 간단한 건강 검진을 했다. 삼진어묵은 핫바를 50% 할인된 1000원에 판매해 핫바를 사기 위한 줄이 행사가 끝날때까지 길게 늘어섰다.
부산 위아자 나눔장터가 21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열렸다.시민들이 부산백병원 부스에서 무료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올해는 부모 손을 잡고 어린이 장터에 직접 물건을 팔러 나온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어린이 장터는 150여개가 차려졌지만, 올해는 250개로 100여개 정도 늘었다. 부산진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황지호(10)군은 “친구들에게 기증받은 장난감과 제가 평소에 쓰지 않던 학용품, 인형, 책 등을 들고 나왔다”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나눔 행사는 자주 참여했지만, 외부에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설렌다”며 웃었다.
부산=이은지·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