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月松間照/淸泉石上流(명월송간조/청천석상류,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맑은 샘물은 돌 위로 흐르네). 중국 당나라 시인인 왕유(王維·?~759)가 지은 ‘산거추명(山居秋暝)’이라는 작품의 일부다. 초가을 산에 살면서 비가 온 뒤의 황혼의 정경을 표현한 시다.
21일 대구 국채보상공원서 열려
정태옥 의원, 이준섭 대구경찰청장
조재구 남구청장 등도 애장품 기탁
기증품은 경매 등 거쳐 판매하고
수익은 저소득층 아동 돕기 사용
지난달 28일 이 시가 적힌 대형 족자가 중앙일보 대구총국 사무실에 도착했다.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이 2018 위아자 나눔장터에 자신의 애장품을 흔쾌히 기증하면서다. 김 청장은 이 작품 말고도 불교의 수행법을 뜻하는 惺寂等持(성적등지)/定慧雙修(정혜쌍수)가 적힌 작품도 함께 기증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위아자 나눔장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빈곤 아동을 돕는 행사에 공감하는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저명인사들도 벌써부터 행사 참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행사까진 아직 시일이 다소 남았지만 좋은 일에 써 달라며 자신의 애장품을 선뜻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구 북구갑 지역구의 정태옥 무소속 국회의원도 나눔의 정을 보탰다. 정 의원이 보내온 소장품은 붉은색 트랙스타 외투와 베개, 금흑정흑삼농축액 등 3점이다. 각 소장품마다 의미가 남다르다. 외투는 정 의원이 선거기간 중 지인에게 받은 선물로 행운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애장품이다. 베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준 선물이다. 흑삼농축액은 기증품을 받는 이의 건강을 위한 정 의원의 선물이다.
정 의원이 내놓은 기증품뿐 아니라 속속 도착하고 있는 물품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김상운 경북경찰청장이 보내온 부엉이 모양 자개 시계는 지난해 연말 행사에서 추첨으로 받은 시계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새인 부엉이는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있다. 김 청장은 “가정에 늘 복이 있길 바라며 부엉이 자개 시계를 기증하게 됐다”고 했다.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은 서예 작품을 기증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를 이끌고 있는 우학 스님에게 취임 기념으로 선물 받은 작품이다. 굵고 묵직한 필치로 마음 심(心)자가 적혀 있다. 온 마음을 다해 주민들을 대하고 구정에 힘써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이 기증한 폴리폴리 선글라스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청장은 전국 안경의 70%가량을 생산하는 대구의 안경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품을 선글라스로 선택했다.
이 기증품들은 행사 당일 열리는 명사기증품 경매에 오른다. 치열한 경매를 통해 기증품이 낙찰되면 수익금은 기증자의 이름으로 빈곤 아동들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 위아자 경매 행사에선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소장품)이 102만원에 낙찰됐다.
◆대구 위아자 나눔장터=2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열린다. 위아자는 빈곤층 아동을 지원하는 위스타트(We Start), 재활용품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 등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사회공헌 활동 세 가지의 머리글자를 딴 행사다. 장터 참가자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팔고 그 수익금의 절반 이상을 빈곤아동을 위해 기부한다. 지역 명사·배우·가수·운동선수 등이 내놓은 명사 기증품 경매가 매년 장터 분위기를 달군다. 참가 신청은 위아자 홈페이지(weaja.joins.com)나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053-792-1403)에서 받는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