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자 2026
2026.04.14
[일상와인0421]떡볶이스파클링
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⑱ 떡볶이스파클링 안녕하세요, 위키드 와이프 이영지예요. 생각해보니 벌써 19회차를 맞이한 연재인데, 주인공 와인을 오늘에서야 소개한단 생각이 들어요. 일상와인이라는 단어는 고상하고 격식 있는 외국 음식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즐기는 친근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이란 뜻인데요, 제가 소개한 일상와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게 떡볶이스파클링이었어요. 이 와인이 사랑받은 것을 계기로 저는 탕수육스파클링, 잡채화이트, 갈비찜레드와 같은 다양한 일상와인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첫 번째 주제로 떡볶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사랑받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을 주제로 정한 만큼, 오늘은 떡볶이스파클링이 왜 양념치킨에도 어울리는지, 왜 후라이드치킨에는 안 되는지, 그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떡볶이스파클링의 정체 2019년 9월 와인병에 떡볶이스파클링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놓고 가게를 오픈했던 날, 이곳에 처음 온 손님 질문이 아직도 기억나요. 떡볶이가 들어갔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저는 웃으며 “떡볶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지는 와인이에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런 상황이 여러 번 오가다 보니 저는 떡볶이스파클링이라는 단어를 언제 처음 사용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1회에서도 소개한 내용이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이니까 아주 짤막하게 그 얘기를 요약해서 들려드려요. 저는 2004년 학생 신분으로 멜버른에 있었는데, 그때 떡볶이, 제육볶음에 달콤한 스파클링을 먹고 너무 맛있어서 그 와인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했어요. 그러다 한참 후, 와인공부를 정식으로 시작하며 한국식 매운양념 음식에는 매운 맛을 쿨피스처럼 눌러주는 달콤한 스파클링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죠. 떡볶이에 잘 어울리는 스파클링. 그런데 다 쓰면 너무 기니까 줄여서 떡볶이스파클링이라고 불렀어요. 제 가게를 오랫동안 알았던 단골분들은 이 단어가 입에 착착 붙는다면서 이제는 아예 ‘떡스’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해요. 일상와인 손님들과 나누는 암호같은 단어라, 웹사이트 또는 sns 채널에 처음 접속한 분들은 별 희한한 말이 다 있네, 깜짝 놀라서 뜻을 물어보기도 해요. 이 와인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22년 성수로 이전한 다음이에요. 가로수길 손님은 제 인스타그램 구독자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성수로 오니 그 범위가 더 넓어졌어요. 제가 누군지 모르고 오는 손님들이 많아진 거죠. 그분들은 와인구독서비스도 궁금해하셨고, 와인카드에 붙은 이름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음식점에서 그 스토리를 들려드리기엔 몸도 시간도 부족했죠. 어떻게 하면 일상와인을 좀 더 알릴까 궁리하다가 와인위원단을 꾸려보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이달의 와인을 고를 때는 저랑 팀원들이 함께 테이스팅을 해서 고르던 때였거든요. 이걸 블라인드테이스팅으로 바꿔서 고객들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거죠. 바에서 주제가 되는 음식을 만들고, 거기에 어울릴법한 와인 다섯 개 샘플을 제공하고, 두세모금씩 같이 맛보며 제일 맛있었던 와인에 별표 스티커를 붙이는 순서로 구성했어요. 제일 첫번째 회차는 떡볶이스파클링이었어요.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재밌게 경험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했지요. 행사 당일, 시간 맞춰 많은 와인애호가분들이 찾아왔어요. 저는 바에서 앞치마 두르고 커다란 네모팬에 떡볶이를 끓였고요, 직원들은 다섯개의 와인 테이블 앞에서 번호표 붙인 와인병을 들고 손님들께 차례로 따라줬어요. 와인만 마셨을 때는 맛있네, 잘 모르겠다, 쓰다, 이런 단순한 대화가 오갔어요. 30분 후,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맵고 빨간 떡볶이를 담아 나눠드리는 시간이 됐어요. 떡볶이 한입, 1번 와인 한모금, 떡볶이 한 입, 2번 와인 한모금. 이걸 다섯번 반복하면 30분이 훌쩍 가요.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 구성으로 방문한 분들이 그 30분동안 먹고 마시고 메모하며 어찌나 집중하시던지. 감히 끼어들 분위기도 아니었답니다. 30분쯤 지나자 입장시 제공했던 스티커가 하나둘 보드에 붙기 시작했어요. 압도적인 떡볶이스파클링의 승리였죠. 매운 혀를 중화해주는 부드러운 레드와인과 혀를 씻어주는 짭짤한 화이트와인을 골고루 배치했는데, 떡볶이스파클링이 별을 제일 많이 받은거예요 그날 참석한 분, 스토리로 행사를 본 분, 오지 못했지만 그 와인만 궤짝으로 주문하는 분들이 지금도 그날을 추억해요. 구독서비스를 중단하고 자유구매로 전환한 뒤에는 사라진 행사지만, 와인과 페어링이 어렵지 않다는 걸 한번 더 배운 날이기도 했고요. 이쯤 되면 떡볶이스파클링의 정체를 조금 더 알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 떡볶이스파클링의 정체 와인병에 떡볶이스파클링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놓고 가게를 오픈했던 날, 이곳에 처음 온 손님 질문이 아직도 기억나요. 떡볶이가 들어갔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저는 웃으며 “떡볶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지는 와인이에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런 상황이 여러 번 오가다 보니 저는 떡볶이스파클링이라는 단어를 언제 처음 사용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첫 시작은 가게는커녕 직장인 신분도 아닌 학생 시절, 2004년이었어요. 스물네 살에 영어를 배우겠다며 멜버른으로 갔어요. 그때까지 저는 맥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며 스스로를 알쓰라고 정의하고, 술에 대해 이상한 청교도적 고집을 부리던 사람이었어요. 빅토리아 마켓에서 헤어핀을 파는 한국인 사장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다국적 아르바이트생들이 열심히 일하니 사장님 자매가 우리를 한식당에 데리고 가 회식을 시켜줬어요. 기억 속 식당 이름은 아리랑인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날 밤, 떡볶이, 제육볶음, 닭볶음탕 같은 영혼의 음식들이 줄지어 나왔고, 사장님 언니가 와인을 가져왔다며 맥주잔에 한 컵씩 따라줬어요. 싱가포르에서 온 미카엘라, 중국에서 온 쳉, 한국에서 온 민주 언니가 각자의 사사롭고 중대한 이야기를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누구보다 말이 많았던 저는 구석에서 조용히 취해가고 있었어요. 떡볶이 먹고 와인 한 모금, 제육볶음 먹고 와인 한 모금을 반복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취했다라는 상태를 그날 밤 생애 처음 경험했고요. 몇 블록을 걸어 돌아가는 길에 깔깔 웃으며 갈지자로 걸었던 기억이 나요. 어째서 그렇게 행복했는지, 어째서 그렇게 즐거웠는지 그날은 잘 몰랐어요. 그냥 술을 마시면 이렇게 되나 보다 했지요. 한참 뒤에 알고 보니 그게 페어링이라는 거였어요. 한 잔 마실 걸 두 잔 마시게 하는 일, 저는 지금도 장난스럽게 페어링을 그렇게 정의하고요. 그날 마신 와인을 나중에 추정해보니, 달콤한 맛이 나는 저도주 스파클링이었어요. 차갑게 칠링한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수학의 정석은 까마득히 모른 채, 콜스와 로드숍의 와인숍을 두드리며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그날 마신 와인 맛을 설명했어요. 확신에 찬 지배인 할아버지가 추천해준 와인을 손에 들고, 오늘은 찾았겠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우스뱅크 아파트로 가져온 와인 이름을 여전히 기억해요. 제이콥스 크릭의 쉬라즈였어요. 달콤한 스파클링을 마시고 만취했던 학생이 경험하기에는 너무 쓰고, 독하고, 괴로운 맛의 레드와인이었지요. 그 엄청난 간극 속에서 1년 동안 여러 와인을 전전하며 아리랑 와인을 찾아 나섰어요. 1년이 지나 멜버른을 떠날 때는 그 독하고 쓴 쉬라즈가 삼겹살을 먹을 때 큰 즐거움을 주는 와인으로 색다르게 자리매김해 있었고요. 멜버른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러 성수동에 와인가게를 열었어요. 떡볶이스파클링을 처음 선보였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개업 첫날부터 이 와인을 구매했어요. 어느 겨울엔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섯 병을 박스로 구매한 단골 고객님이 있었어요. 트렁크에 실으며 아껴 먹어야지 하는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전날 여섯 병을 다 마셔버려서 숙취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행복한 고통을 전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히면서 떡볶이와 와인을 끊임없이 먹다 보니 다음 날 얼굴이 통통 부어 있었다는 리뷰도 이 와인에 대한 반응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요. 이쯤 되면 떡볶이스파클링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달콤하고 향기로운 이탈리아 귀족들의 스파클링 제가 처음 큐레이션했던 스파클링은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람부르스코로 만든 레드스파클링이었어요. 장화 모양으로 생긴 이탈리아 북부, 대한민국으로 치면 전라남도쯤 되는 곳에 맛있는 동네가 다 모여 있는데요, 볼로네제 라구 파스타의 어원인 볼로냐, 파르마 프로슈토를 만드는 파르마, 발사믹식초를 만드는 모데나,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를 만드는 레지아노가 기차로 30분 거리에 이어져요. 여기서 만든 쌉쌀하고 달콤한 레드스파클링이 떡볶이랑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해요. 미식의 성지에서 온갖 풍성한 음식과 부딪혀온 포도니까요. 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 같은 자극적인 매운맛 위에 람부르스코의 조밀한 기포와 베리류의 단맛이 올라타면, 불난 데 부채질하는 어마어마한 자극 페어링이 발생해요. 매운 혀에 콜라를 들이부어 자극시키는 페어링인 거지요. 떡볶이스파클링은 하나 더 있어요. 피에몬테주 아퀴 마을에서 브라케토 포도로 만든 레드스파클링이에요. 브라케토 다퀴라는 이름으로 DOCG 등급을 받은 이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꽤 오래된 로맨스의 주인공이랍니다. 19세기 피에몬테 귀족들의 연회 테이블에 올랐던 와인으로,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 때문에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고 해요. 잠시 잊혀졌다가 1990년대에 아퀴 마을 생산자들이 DOCG 인증을 받아내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와인이기도 한데요, 잔에 따르면 밝은 루비색 위로 딸기와 장미꽃 향이 올라와요. 알코올이 5도에서 6.5도 사이라 맥주보다 가볍고, 피에몬테의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같은 묵직한 레드와인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와인이에요. 람부르스코와 브라케토 다퀴는 같은 이탈리아 레드스파클링이지만 매운맛을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람부르스코가 불난 데 부채질하며 자극을 밀어붙이는 와인이라면, 브라케토 다퀴는 매운맛 위에 딸기잼을 얹어주는 살살 달래주는와인이에요. 람부르스코가 콜라면 브라케토 다퀴는 우유인 거죠. 혀를 진정시키고 향긋함을 배가시켜 매운맛을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만남이랄까요? 그래서 양념치킨에도 같은 로직이 적용되는 거랍니다. 양념치킨의 달고 매운 소스는 떡볶이의 고추장 양념과 구조가 같아요. 단맛과 매운맛이 섞인 소스에 브라케토 다퀴의 화사한 단맛이 더해지면 자극이 가라앉고 전반적으로 입안이 달콤해져요. 한잔 마실 걸 두잔 마시게 되고, 닭다리 하나를 두개 먹게 만드는 만남이지요. 반면 후라이드치킨이랑 떡볶이스파클링은 안 맞아요. 생각해보면 간단해요. 후라이드치킨에는 양념이 없거든요. 달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음식에 달콤한 레드스파클링을 페어링하면 와인 단맛만 붕 뜨면서 치킨 맛이 희미해져요. 후라이드치킨은 프로세코랑 드세요. 기포 자글자글한 이탈리아 화이트스파클링인데, 프로세코는 후라이드 기름옷을 싹 걷어내고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내요. 바삭한 껍질을 먹고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레몬맛만 남으며 리셋되는 거죠. 계속 먹고 마시게 만드는 게 페어링이라는 거, 여러분도 공감하시죠? 저는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 페어링으로 발전한다는 게 마리아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기사를 읽고 여러분 머릿속에 양념치킨와인과 후라이드치킨와인이 전혀 다르다는 것만 그려졌다면, 오늘 기사는 저에게도 보람 있는 작업이에요. 벌써 긴 페어링 대장정이 끝나 다음 주 연재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페어링이 가능한 맛과 궁합의 로직을 다음 주에 쉽고 간결하게 알려드릴게요. 와인 단어장 : 테루아 테루아(Terroir)는 프랑스어로 ‘땅’이라는 뜻의 단어다. 와인에서 테루아는 토양, 기후, 일조량, 해발고도, 바람의 방향까지 포도밭을 둘러싼 모든 자연 조건을 합친 개념이다.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어디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피노누아 품종을 보자. 프랑스 부르고뉴의 서늘한 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피노누아는 체리·흙·버섯의 향이 섬세하게 올라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자란 피노누아는 자두와 바닐라의 향이 화려하다. 포도는 같은데 땅과 하늘이 다르니까 와인이 달라지는 것. 테루아는 얼핏 보면 와인 이름표 같다. 하지만 와인의 맛과 가격, 나아가 모든 것을 휘두르는 핵심이다. ■ 📌 와이프에게 물어보세요 : 콜키지(Corkage)의 모든 것 「 Q 콜키지 요금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나요? A 법적 기준이 없어서 식당이 자율적으로 정해요. 무료 콜키지를 내거는 식당은 와인 리스트가 따로 없거나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고, 소믈리에를 둔 파인다이닝은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올려 받아요. 와인 판매 비중이 큰 식당일수록 높은 콜키지로 자체 와인 주문을 유도하는 거예요. Q 콜키지 식당에 가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사전에 전화로 콜키지 가능 여부를 확인하세요. 둘째, 병당인지 인당인지, 최대 반입 병 수는 몇 병인지 물어보세요. 셋째, 식당에서 파는 와인과 같은 와인을 가져가면 실례예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와인을 고르시는 게 서로 기분 좋은 방법이에요. Q 콜키지 요금을 냈는데 왜 와인을 안 따라주나요? A 콜키지는 외부 와인 반입을 허용하는 비용이지 서비스 비용이 아니에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오픈부터 서빙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코르크만 따주는 곳이 더 많아요. 풀 서비스를 기대하신다면 예약할 때 미리 확인하는 게 확실해요. 」